옛날에 평화 통일 창작대회에서 그렸던 만화와 그 실화에 대해 적었던 글을 찾아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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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공비토벌대는 전북의 좌익 유격대와 격전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한 장군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한 사연을 남겼습니다.
전북의 몇 개 산을 담당하는 국군 수도사단 26연대 선봉중대에 '김 대위' 라는 중대장이 부임했습니다.
그 당시 전북 인근의 빨치산은 대부분 전북의 학생과 좌익 노동자, 탈영병들로 구성된 부대였으며 장안산을 중심으로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지요. 고립된 상태에서 이들은 벌써 3개월간 항전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김 대위는 좌익 포로들에게 인격적인 처우를 해 주는 것으로 유명했고, 전북 장안산의 빨치산들도 타 빨치산들과는 다르게 민간인과 국군포로들에게 신사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양측은 치열하게 교전하면서도 잔혹 행위는 자제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51년 12월 장수군 반암면과 장안산에서 벌어진 몇 차례 격전으로 전북의 빨치산은 궤멸되었습니다. 김 대위는 그 잔당을 쫒아 장안산 남록면으로 전진했습니다.
김 대위는 남록면 눈밭에서 큰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빨치산 유격대장을 생포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빨치산 대장이 전북여중을 갓 졸업한 열아홉의 여고생이었던 것입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김 대위는 그녀에게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김 대위는 그녀를 치료해준 뒤 정황을 들었습니다.
그녀는 전북여중을 다니던 해방정국 당시 좌익단체에서 활동했는데, 전쟁이 터지자 전주에 사는 가족들과 같이 좌파로 몰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격대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살아남은 공산 괴뢰군과 노동자, 좌파 지식인들이 흘러 흘러 그녀의 지휘력 아래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김 대위는 그녀를 동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면 전북민주여성총연맹 부위원장에 유격대장까지 지낸 그녀는, 이념 갈등의 칼바람이 불어치던 당시에 처형을 피할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대위와 선봉중대는 부대에 몰래 그녀를 숨겨주고, 전황이 좋아지면 신분증명증을 만들어 전주로 내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속내가 있을것이라고 판단하고 거북해하던 그녀도 온정 담긴 대우에 마음을 열고 항복한 빨치산들과 함께 전향을 결심했습니다. 수 개월동안 막사에서 함께 지내며 둘은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대위는 전황이 남한에 유리해지자 증명서를 발급해 유격대장을 밖으로 빼내주었습니다. 대위의 가족과 목포 사람들은, 불쌍한 처지의 그녀를 숨겨주었지요. 그들의 도움으로 그녀는 곧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 전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전선이 남한에서 멀어질수록 둘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졌고, 결국 둘은 혼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아 결혼 신고서만 올렸지만, 둘은 종전이 되면 식을 올리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광풍은 두 사람의 사랑을 용납해주지 않았습니다. 국군방첩대(CIC)는 좌익 포로들에게 관대했던 김 대위의 행동을 아니꼽게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곧 그의 대대가 속한 26사단으로 내사가 들이닥쳤습니다. 김 대위는 빨치산을 군법대로 처형하지 않은 죄목으로 방첩대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아 집행을 위해 수도사단으로 옮겨지고 말았지요. 그들이 신혼집을 꾸리던 목포의 마을에도 방첩대가 들이닥쳤습니다. 그의 신부는 체포되었고, 곧 모진 심문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들은 송요찬 장군은 오래 전부터 김 대위의 성품을 알고있었기에 그가 좌익이 아니며, 단지 포로들에게 관대했을 뿐이라고 CIC에 탄원했습니다. 총살 직전, 김대위는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운명이 농간을 부렸습니다. 목포 방첩대가 통신의 지연으로 김 대위가 방면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김 대위의의 아내는 목포에서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그이는 무사하신가요'
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었습니다. 김 대위가 총살되었음을 간수들이 말해주자, 그녀는 그제서야 질문을 멈추었습니다.
그날. 심문관이 경계를 늦춘 사이, 그녀는 심문관의 총을 빼앗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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