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게니스가 18살이 되던 해, 그는 (카파도키아 혹은 유프라테스로 판본마다 다른) 국경의 천막에서 코레(이전화에서 결혼한 에브도키아의 애칭)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황제의 방문 이후 디게니스와 그의 친구들(디게니스는 ‘나는 친구가 없다’라고 직접 말하지만 구라핑입니다)의 11세기 운율의 시 낭송이 있긴 하지만 이건 번역이 힘들어서 넘겼읍미다.
어느날 디게니스는 Mousour라는 산적이 한 남성을 습격하는 것을 목격하고 남자를 구해주었습니다. 남자는 로마군 사령관 안티오쿠스의 아들이었는데, 무슬림 에미르 하플로랍데스(Haplorrabdes)라는 자의 포로였다가 그의 딸(아이세Aisse, 파투마Fatouma, 멜란티아Melanthia 등 판본마다 이름은 다양함)과 사랑에 빠져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티오쿠스의 아들은 탈출을 도와준 하플로랍데스의 딸을 버려두고 도망가다가 산적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디게니스는 안티오쿠스의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시오, 내 부하들이 이제 당신을 지켜줄거요. 그러나 당신께 물어볼 것이 있소, 저 너머의 강가에 무슬림 여인을 찾았는데 무언가 생각 나는 것이 없소...?’
디게니스는 아닌 밤중 강가에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 귀신이 나타난 줄 알고 찾아해매다 하플로랍데스의 딸을 발견하고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디게니스는 무슬림 아가씨를 버리고 간 안티오쿠스의 아들을 꾸짖고 무슬림 아가씨가 ‘아에티오피아인들의 믿음’을 버린다면 둘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아가씨는 곧바로 개종했지요.
(여기서 ‘아에티오피아인들의 믿음’을 말하는 것을 볼 때 이 무슬림 아가씨는 무슬림이라기보다는 시리아계 합성론파 기독교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음)
대장을 잃은 아랍 산적들 100명은 분노하며 디게니스와 안티오쿠스의 아들을 공격했지만 둘은 금방 그들을 쫒아냈습니다.
안티오쿠스의 아들과 하플로랍데스의 딸은 정식으로 결혼을 요청하러 하플로랍데스에게 찾아갔으나, 하플로랍데스는 이미 이란인들과의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였고, 둘은 쓸쓸하게 로마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논문 기록에서 보면 10~11세기 당시 동로마인들은 이런 무슬림+기독교도 러브스토리를 좋아했고, 특히 오아시스에서 눈이 맞아 사귀다 역경을 만나는 식의 전개가 자주 반복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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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건은 4월에 일어났고, 여름이 시작되는 5월이 되자 디게니스는 사랑스러운 코레와 함께 좀더 시원한 초원을 찾아 이동했습니다. 5월이 되어 꽃이 만발한 초원 한가운데 커다란 샘을 발견한 디게니스는 그곳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기로 합니다.
꽃향기가 두 젊은이에게 싱그러움을 더하고, 사랑스러운 코레는 장미꽃잎이 떠다니는 샘물을 장난스럽게 디게니스에게 뿌려댑니다. 목욕을 마친 두 젊은이는 서로를 이불 삼아 잠이 들고 종달새는 마치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 아름다운 목소리롤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코레가 잠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스산한 것이 그들을 찾아왔습니다.
미소년의 모습(Beautiful youth)의 모습으로 둔갑한 거대한 뱀이 잠든 그녀를 어루만진 것이었습니다. 코레가 디게니스와는 다른 손길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소리를 지르자, 디게니스는 검을 뽑아 소년을 내리쳤습니다. 그대로 소년의 머리는 반으로 쪼개졌지요.
그러나 그 괴물은 머리를 자르면 자를수록 다시 자라났습니다. 디게니스가 두 번째로 내리치자 하나는 늙은이의 얼굴, 하나는 아름다운 소년의 얼굴, 하나는 뱀의 얼굴을 한 머리가 생겨났지요. (다른 판본에선 세 번 내리쳐서 네 개의 매혹적인seductive 미소년 얼굴을 한 뱀이라는 설도 있음)
코레가 너무 공포에 질린 나머지 웃음을 흘리는 가운데(the girl laughed at her fears) 디게니스는 샘물에 몸을 적셔 (샘물이 마법 샘물이었다는 설도 있음) 뱀이 뿜어내는 불길을 막아내고 뱀을 처단했습니다.
디게니스는 죽은 뱀을 치워버린 후 코레를 달래며 다시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별안간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사자가 나타났습니다(당시 아나톨리아에는 사자가 살았음) 디게니스는 거대한 곤봉을 꺼내 사자를 냅다 패 버린 후, 다시 코레를 달래야 했습니다.
코레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이 기이한 일들 때문에 움츠러들었습니다. 디게니스는 코레를 달래기 위해 류트를 꺼내들고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코레는 두려움을 떨치려 류트를 켜며 노래를 불렀지요.
‘이 깊은 골짜기의 뿌리가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 차네
어느 밤꾀꼬리도 울지 않건만
아름다운 소리가 방랑객을 반기네
아라비아의 모래를 밟았던 나그네여
이 노래에 홀려 찾아오소서.’
코레의 노래는 아름다웠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 탈이였죠, 산속에 숨어있던 약탈자 300명이 그녀의 노랫소리를 듣고는 홀린 듯 찾아와 그녀를 탐하려 했습니다. 디게니스는 밤새도록 그녀를 지키려 싸워야만 했습니다. 판본에 따라 약탈자들은 100명, 혹은 45명만 등장하기도 합니다.
아침이 되자 디게니스와 코레는 만신창이가 되어 강둑을 따라 떠났습니다. 디게니스는 더럽혀진 옷을 빨러 강가에 들어갔지요, 그때 세 명의 중무장한 기마병이 헐벗은 그를 찾아왔습니다. 세 기마병이 디게니스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이 근처에서 300명 정도 되는 약탈자 무리를 보지 못했소..?’
디게니스는 빙긋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놈들이 내 아내를 탐하려 해서 전부 죽여버렸소. 더 물어볼 게 있소...?’
세 기마병은 디게니스가 말한 장소로 가 보았습니다. 한때 꽃이 만발하던 평원엔 거대한 뱀 한 마리와 사자 한 마리, 그리 삼백명의 약탈자들의 시신이 구덩이에 대충 묻혀져 있었습니다.
세 기마병은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저 놈이 디게니스 아크리티스다. 이제 어찌 상대해야하지...?’
세 기마병은 각각 이전에 디게니스에게 패배했던 산적두목 필리파포스(52세 무직)와 그의 두 아들 킨나모스, 요안니키오스였습니다. 그들은 디게니스에게 패배하고 난 뒤 새 약탈자 군대를 꾸리고 있었지만 잠시 어딜 갔다온 사이 디게니스가 다시 나타나 그들이 키워놓은 약탈자 부대를 전부 박살냈던 것이었습니다.
셋은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고 디게니스에게 결투를 신청했지만, 또다시 박살이 나고 맙니다. 디게니스는 또다시 필리파포스와 킨나모스, 요안니키오스를 살려주었습니다.
이때 세 도적은 디게니스와 코레의 외모를 칭송하며 은총을 빕니다. (재미있는 점은 코레의 외모를 칭송하는 기록이 안나 콤니니가 알렉시아드에서 자신의 어머니 이레네를 묘사하는 부분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 이후의 내용은 매우 모호합니다. 몇몇 판본에서는 사실 요안니키오스가 코레의 진짜 약혼자였으나 디게니스가 그녀를 납치했던것이라는 내용이 나오며, 몇몇 판본에서는 세 도적들이 디게니스를 또다시 배신하고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 코레를 강간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모호한 부분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필리파포스는 디게니스를 다시 기습하기 위해 봉화를 올려 다른 곳의 도적단들을 규합하려 합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일부 봉화들이 올라가지 않았고, 디게니스를 공격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병력만이 모였습니다.
필리파포스는 아들 요안니키오스에게 막시모(혹은 막시밀리아)라는 아가씨를 데려올 것을 명합니다. 막시모는 제국 영내에 남은 마지막 남은 아마존 전사로, 그녀의 선조들은 알랙산더 대왕의 원정 당시 전리품으로 제국 영내에 끌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여성의 명예를 존중하는 여전사였습니다. 하지만 필리파포스와 요안니키오스가 ‘코레’라는 사랑스러운 아가씨와 가까워질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청을 거절하지 못했지요. 또한 막시모는 그들이 납치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코레’가 이미 결혼한 몸인 사실도 듣지 못했습니다. (논문 각주 : 막시모는 코레가 결혼한 몸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요안니키오스를 돕지 않았을 것이다.)
막시모는 ‘멜레멘체스(melementzes)’라고 불리는 그녀의 전사에게 병사들을 소집하라 명하고 코레에게 향했습니다. 천 명의 멜레멘체스 전사들이 디게니스와 코레를 포위했습니다. 막시모와 그녀의 전사단은 디게니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겁을 먹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필리파포스와 요안니키오스 부자가 왜 한 명의 전사 때문에 겁을 먹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요. 멜레멘체스와 전사들은 사슬갑과 방패, 창으로 완전무장했으나, 디게니스는 비단 튜닉만을 입은 채 양 손에 각각 검과 메이스만을 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디게니스는 바윗돌 언덕 뒤편에 코레를 숨기고 고지대에서 적들을 맞이하려 했습니다. 먼저 여전사 막시모를 필두로 양편에 필리파포스, 킨나모스, 요안니키오스와 레안데르라는 전사가 섰습니다.
막시모는 금빛 흉갑을 차고 초록 두건을 두른 채 검은 말을 타고 선두에 섰습니다. 그녀의 방패는 푸른 빛을 뿜었고, 그녀의 말은 귀와 꼬리가 자줏빛으로 염색되어있었습니다.
‘정말 저자 혼자만 있는게 맞습니까...? 필리파포스 당신은 어째서 저자를 두려워합니까?’
막시모는 그렇게 말하곤 디게니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얕은 강 한가운데에서 수 차례 칼과 창이 부딛친 가운데, 디게니스는 막시모의 창을 부러트리고 그녀의 말 목을 잘라버렸습니다. 막시모가 검을 다시 뽑기도 전에 디게니스의 칼날이 막시모의 목에 닿았습니다.
'큭... 어서 죽여라...!'
막시모는 패배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분함에 떨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몇몇 서사시는 디게니스가 막시모를 기절시킨채로 그녀의 부하 백명을 죽였다고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녀를 인질로 잡은 채 병사들을 물리게 했다고도 합니다.
필리파포스, 킨나모스, 요안니키오스와 레안데르는 막시모를 구하려 하지도 않고 도망쳤으나 그녀의 충신 멜레멘체스만은 칼을 뽑아들고 디게니스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금방 부상을 입었지요.
디게니스는 부상을 입은 멜레멘체스에게 경의를 표하며 주인 막시모를 돌려주었습니다. 막시모 또한 울음을 그치고 디게니스가 보여준 용기와 명예로운 행동, 그리고 자비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막시모 당신과 멜레멘체스는 명예롭게 싸웠으니, 내가 군대를 꾸리고 갑옷을 제대로 차려입은 다음 다시금 전장에서 만납시다.’
디게니스가 말하자 막시모 또한 도망치치 않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그를 만나 명예롭게 싸우겠다고 답했습니다.
디게니스는 코레를 다시 만나러 가지도 않은 채 병사들을 소집했고, 이전에 황제에게 받았던 자주색 망토와 갑옷, 무구들을 차려입은 채 약간의 가신들을 모았습니다.
막시모 또한 다음날 약속한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막시모는 이번엔 가슴이 강조된 판금 흉갑과 진주 장식을 한 무구들, 아라비아산 창과 검(양날검과 외날검을 각각 한 개씩 참)을 차고 흰 말을 탄 채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전날보다 약간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또 다시 두 맞수의 싸움이 이어지고, 이번엔 서로 크로스카운터를 날립니다. 둘 모두 겨우 말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두 창이 모두 부러졌기에 양쪽 모두 검을 뽑아들고 오랜 시간 합을 맞췄습니다. 결국 디게니스가 막시모의 손을 찔러 칼을 떨어트리자 그녀는 쓰러졌습니다.
막시모는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 우리... 아마존 전사들은... 오직 우리를 이길 만큼 강한 남자에게만 몸을 허락한다... 지금까지 이 순간을 기다리며 처녀성을 지키고 있었다... 디게니스.. 부탁한다... 나를 범해 강한 전사를 낳을 수 있게 해 다오...!’
디게니스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막시모와 필리파포스의 도적단이 납치하려던 아가씨 ‘코레’가 자신의 아내이며, 자신은 막시모를 범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막시모는 그 자리에서 갑옷을 벗어던지고 찔린 상처를 대충 허브와 천조각으로 감은 채 디게니스를 덮쳤습니다. 디게니스는 충분히 저항할 수도 있었지만 방금 싸움을 마친 처녀의 건강한 몸이 풍기는 야한 향기에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디게니스는 자신이 패배시켰던 막시모에게 패배당했고, 건강한 전사의 아기씨를 품은 막시모는 그대로 말을 타고 떠나며 디게니스에게 외쳤습니다.
‘디게니스, 나를 꼭 기억해다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디게니스의 아내 코레는 이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디게니스가 ‘다친 막시모를 직접 씻겨줬다’고 간접적으로 말한 덕분에 남편의 배신을 어렴풋이 알게 되긴 합니다...
'(번역) 디게니스 아크리티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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